 |
지하철에서 읽기엔 좀 묵직하다. ㅡ,.ㅡ; |
영문 제목은 Evolution이다. 부제목은 What the fossiles say and why it matters.
한글판 제목은 '화석은 말한다', 부제목은 '화석이 말하는 진화와 창조론의 진실'.
대놓고 창조론자를 까기 위한 책이다. 그냥 화석과 진화론에 대한 책은 이미 차고 넘쳤으니, 자기는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싸워왔던 창조론자들과의 싸움을 정리하겠다면서 맘먹고 쓴 책이다. (하지만 책 내내, 그 놈들은 내가 지금 무슨 말하는지 모를꺼고, 알아도 신경 안 쓸꺼고, 그냥 지들 하고 싶은 말만 할거다라며 한탄한다. ㅋ)
사실 나 학교다니던 시절만 해도, 학교에서 배우는게 전부였기 때문에, 창조론 따위는 정말 상상도 못하던 이론이었는데, 오히려 대학 후에 더 들리는 것 같다. (국민대에도 있었는데, 선배한테 질질 끌려갔다가 목사랑 한시간 말싸움하고 나왔다. 막 고등학교 졸업한 대학생이 알고 있는 물리, 지구과학, 역사 지식도 반박하지 못하는 목사 따위... 흥!)
그런데, 화석 같은 경우 대학 전공이 아닌 이상은 대학 시절에 별로 배우는 것이 없으니 고등학교때 진화론 배우던 시절 본 정보가 전부인데, 당시 우리 교과서가 말하던 것 중에 일부는 좀 오래되고 혹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것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성경 읽으신다는 분들이 화석가지고 뭐라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반박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뭐... 생각해보면 인터넷 글에서 그런 애기 올라오면 나 스스로 반박을 못한 거지, 직접 얼굴 보고 그런 말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성경 읽으세요...' 하면 '읽어봤어요, 꾸란도 보고, 화엄경도 봤어요. 꺼지세요.' 뭐 그러면 아닥하던데... (생각해보니 성경은 읽다 포기한듯. 몇몇 요약본만 본 것 같다)
여튼, 얼마 전에 조카한테 선물로 만화책 하나를 줬는데, 읽다보니 배웠던 것과는 좀 다른 얘기들이 많아서 '아, 내가 이제 좀 구식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
이 책이다. 상당히 재미지다. |
그래서 어쩌다 발견한 이 책(화석...)을 사 들었는데... 화석 얘기라기보다는 그냥 생명의 진화 전부를 풀어놓은 느낌이다. 그래서 영문 제목이 evolution이겠지. 한글 제목도 영 틀린 것은 아니긴 하다. 전부다 화석 기록으로 설명하고 있으니까.
미생물 수준에서 사람까지 다양한 종들을 훑고 지나가는데, 사실 거의 기억은 안나고, 이전에도 진화에 대한 화석의 증거는 충분했지만, 창조론자들은 존나 공부도 안하고 지 맘대로 짜깁기 인용으로 씨부린 거였고, 그나마 최근(2007년 책이다)까지의 결과는 차고 넘쳐서 분석이 밀릴 정도라 한다. 뭐, 그정도가 대략적인 내용이고...
구체적으로 생각 나는 것은... 공룡의 생태에서 처음 봤던거 같은데, 이 책에서도 설명하는 것으로, 생물 시간에 외웠던 종-속-과-목-강-문-계 식의 구분이 이제 좀 바뀌었다는 것.
어떤 사람들과는 달리 한 권의 책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서, 아직 내가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굳이 설명하자면, 진화 과정에서 어떤 특질이 나타나고, 이 특질을 상속받은 모든 후손들을 하나로 묶는 식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잘못된 예일것 같지만, 사람도 파충류의 단순한 뇌를 가지고 있으니 파충류뇌 그룹에 속한다는 것이다. 위에 종속...의 구분은 진화하면서 새로운 그룹으로 떨어져나가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는 마치 소프트웨어 스택 같은 그림을 그리는 듯 하다. 이전의 특질을 공유하고, 새로운 특질이 추가되면서 새로운 종이 생겨나는 그림이다.
 |
이 그림이다. 찾느라 좀 시간이 걸렸다. 수많은 참고도서를 정리하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능력으로 하는 걸까? |
다음으로 기억나는 것은... 노아의 방주에 태웠다는 동물에 수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비록 성경도 읽어보고, 꾸란(해설서)도 읽어보고, 불경도 한두개 읽어봤지만, 솔직히 지극히 재미 없는 책들이다. 재미 없기로는 꾸란이 최고고, 그 다음으로 성경이다. 불경은 그나마 해설서라서 읽고 생각이나 해 볼 수 있는데, 성경 책 파는 사람들은 좀 생각이 필요하다. 불경을 원문 그대로 혹은 그냥 한 번 번역만 해서 출판하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성경 해설서는 왜들 그리 빈약한지... 그런 것은 좀 불경이나 유학의 본을 좀 받아야 할 것 같다. 뭐, 번역조차 금지한 꾸란은.... (일면 수긍가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동물마다 한 쌍을 태웠다고 알고 있었는데, 성경에는 어디에서는 한 쌍을, 어디에서는 일곱 쌍을 태웠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아, 이러니까 또 성경 뒤져보고 싶은데...
 |
성경은 판이 많아서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NIV 한영해설성경, 개역개정판, 성서원, 2007년 2판 이라고 쓰면 될까? |
뒤져보니 정결한 것은 암수 일곱씩이고 부정한 것은 암수 둘씩이라고 했으니 애초 한 쌍도 아니었다... 새는 암수 일곱쌍... 이 책(화석)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정결하다 함은 굽이 둘로 나뉘어 있고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소, 양 같은 동물이다. 부정한 동물은 그 위에 모든 동물이니, 굽이 둘로 나뉘어 있어도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돼지는 되새김질 안하니 부정하다. 먹지 말라..라고 또 어디 성경에 있다던데... (신명기 14장?)
하여튼,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는 실패임이 드러났다. 이게 발주자 에러인지, 프로젝트 수행자의 에러인지, 아니면 로거의 에러인지는 모르겠는데, 발주자가 7쌍, 2쌍을 태우라고 말해놓고는 2쌍만 태우고 끝났다. 모르긴 몰라도 문서로 기록된 사상 최초의 프로젝트실패 사례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교육 환경에 대한 한탄으로 책이 끝난다. 여전히 창조론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1/3을 넘고, 신이 이끄는 진화론을 믿는 사람들이 1/3이라니... 그런데 이런 설문 조사는 질문하는 방식에 따라 답이 많이 엇갈리는데, 이런 저런 설문 조사의 내용으로 판단하건데 대략 10%는 젊은 지구론, 그러니까 우주가 탄생한 것이 1만년 이내라는 것을 정말로 믿는 다는 것이다. (하.......................) 물론... 미국만 그렇다. 미국만...
 |
뭐, 이 그림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
역시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종교를 그다지 믿지 않으면서 창조론을 더이상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하여튼, 창조론자들과 쌈박질 할게 아니라도 고등학교를 마지막으로 배웠던 생물학, 그 중에서 특히 진화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지식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은 아무 생각도 안 나지만 어떤 경향 정도는 알 수가 있었다.
창조론자 까는 재미는 쏠쏠하다.